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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일상

오래 전 봤지만 아직도 강렬한, 수능의 기억...

by 티라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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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본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들은 내 인생의 그 어떤 날보다 선명하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일까. 수능 당일, 모의고사 때와 똑같은 진행방식과 교실 분위기에, 생각보다 마음은 편안했다. 하지만 마음만 편했을 뿐 몸은 극강의 집중력을 뽑아내느라 바짝 긴장했다. 앞타임 중요한 세 과목을 치르고 나니 진이 빠져서 선택과목을 치를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과목 때는 졸았다. 졸아서인지 등급은 평소와 비슷하게 나왔다. 졸았다기보다는 무아지경 상태로 시험을 치렀나보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앞 세 과목은 모두 역대급 등급이 나왔다. 원래 난 중요한 시험에 강한 타입이어서,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집중력이 발휘된다. 아무튼...

그날의 기억조각들

1. 수능 기원 초콜릿을 너무 과하게 먹어서 원래 초콜릿을 엄청 좋아하던 나였는데 두달동안 초콜릿을 못먹었다.

2. 초콜릿을 과하게 먹은 이유는 점심으로 전복죽을 먹었기 때문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애가 긴장해서 소화안될까봐 전복죽을 싸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화력이 왕성한 고삼이었기에.. 그리고 초인적인 집중력을 쏟아붓느라.. 그날 너무 배가 고팠다.

3. 가장 친한 절친과 같은반이 되어 마음이 편안했다. 지금은 연락 안하고 사는데 그날 해준 건 없지만 그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4. 집에 가는 길에 다들 부모님이 마중나왔는데 나만 혼자 돌아갔지만 쓸쓸하진 않았다. 또 다른 절친과 우연히 만나 집 근처까지 같이 갔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마중나와주셨지만 버스로 귀가했다. 참 배려심 깊고 다정했던 그 친구가 어느덧 결혼했다. 그때 부케받을 사람이 아직 없다기에,  선뜻 내가 먼저 받겠다고 했다. 받고나서 두고두고 뿌듯하고 잘했단 생각이 든다.

5. 불꺼진,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혼자 도시락통을 설거지하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리고 1년간 이악물고 참아왔던 게임을 설치해서 오랫동안 마음껏 플레이했다. 맞벌이라 아무도 집에 없는 날이 익숙해서 나름 행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쓸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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