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5주차 만삭 보고서.
1. 밥먹기가 힘들다. 90도로 앉아있으면 애기가 눌리는 게 느껴진다. 120도 이상으로 뒤로 기대야 배가 펴진다. 근데 밥을 먹으려면 60도까지 숙여야돼서 힘들다. 그래서 90도로 앞에 보면서 먹으니까 턱에 다 흘리면서 먹게 된다.
2. 공중 화장실이 좁아진다. 넓고 손잡이도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을 써야 편하다. 웬만한 공중 화장실은 너무 좁아서 배가 계속 탁탁 부딪치고, 잠금쇠에 찔릴 때도 있다. 개아프다.
3. 모든 자세가 다 불편해진다. 일단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가 힘들다. 배에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배가 무거우니까 허리숙이기도 힘들고 쭈그려 앉기도 힘들다. 서있기도 힘들다. 배무게가 아래로 쏠려서 밑이 땡기기 때문이다. 똑바로 눕는 자세도 힘들다. 배무게가 좌우로 쏟아지며 배가 땡겨서 아프다. 옆으로 눕는 자세 말고는 다 힘들다. 옆으로 눕는 자세도 옆이 눌려서 계속 바꿔줘야 한다. 바디필로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4. 모든 옷이 작아진다. 엄청나게 컸던 옷들조차 작아진다. 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엉덩이도 나오기 때문에 옷이 앞뒤로 팽팽해진다. 입을 수 있는 게 원피스 말고 없다.
5. 발에 하중이 실린다.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나서 종아리에 쥐가 나고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꽉꽉 눌린다. 그래서 족저근막염 슬리퍼를 샀다. 운동화보다 강력하게 발목을 지켜준다. 종아리는 다리 기지개 펴면 바로 쥐난다. 평소 발목돌리기를 자주 해주고 절대 기지개를 펴면 안된다.
6. 배에 튼살이 생겨버렸다. 우울하다. 좀비처럼 핏줄 터진 느낌으로 흉하다. 튼살크림을 발라도 생긴다. 배가 왕창 늘어나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막상 생기면 보기 흉해서 기분이 안좋다.
7. 만삭이 되면 배가 가슴까지 올라온다. 아랫배도 엄청 커지지만 윗배도 엄청 커져서 폐와 위를 압박한다. 그래서 숨쉬기도 힘들고 소화도 안돼서 밥도 많이 못먹는다. 문제는 밥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야되는 상태라는 것이다. 근데 밥이 안들어가니 결국 과자로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는 참사가 일어난다. 과자는 위를 압박하지 않고 칼로리가 높으니까 배고픔도 사라진다.
8. 입덧이 다시 올라온다. 위가 눌려서인지 속이 늘 안좋다. 아이스크림, 냉면 같은 차가운 음식을 찾게 된다. 철분,엽산 같은 영양제는 왜 이렇게 역겨운지 모르겠다. 알약으로 돼 있어도 역한 맛이 난다. 그래도 초기 입덧만큼 심하진 않다.
9. 만삭에 걸어다니면 5키로짜리 물풍선이 배에 매달려서 흔들리는 느낌이라 복대 필수다. 아기무게만 2키로가 넘는다. 양수무게, 자궁무게, 태반무게까지 하면 5키로 정도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근데 문제는 걷기 힘들다고 누워만 있으면 소화가 안돼서 화장실을 아예 못간다. 그래서 복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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