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맞벌이, 반반결혼이 많아서 남녀 똑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유부남이 더 불쌍한 이유를 알려주겠다. 맞벌이라도 아내와 남편의 무게는 다르다. 아내는 그만두고 애 키워도 되는데 보너스 받는 느낌으로 돈 벌러 다니는거고, 남편은 그만두면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남편이 가장이다. 그리고 똑같이 돈을 벌어도 남편 어깨가 압도적으로 무겁다. 그 어마어마한 책임감과 압박감은 정말 느껴본 사람만 안다. 아내가 가장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냥 일하는 게 아니라 목숨걸고 인생걸고 사는 기분이다. 그래서 똑같은 일을 겪어도 느끼는 기분이 천지차이다. 언제든지 그만둬도 되는 사람과 절대 그만둘 수 없는 사람이 느끼는 압박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딩크부부가 여유로운거다. 경제적으로만 여유로운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여유롭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부남들이 집안살림하는 게 쉽다고 망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살림하면 밖에서 싫은소리 듣고 압박감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절대복종해야 하는 사람을 매일매일 수십년간 상대해야 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힘들다. 상대방 부모님 모시고 사는 거랑 비슷하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인간한테 순종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365일 2-30년을. 근데 육아도 비슷하다. 육아와 살림도 싫다고 때려치울 수 없고 20년 감옥사는 것과 같다는 농담도 있다.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주고 눈치보며 사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유부남은 밖에선 목숨걸고 상사 눈치보고 집에서는 아내 눈치를 봐야 하니 불쌍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 남편과 시부모님 눈치를 보니까 사실상 스트레스 수치는 비슷하다. 원래 돈 주는 사람 말 듣는 게 세상의 이치다.
요즘 유부남들이 화캉스를 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밖에선 상사, 집에선 아내 눈치를 보니 숨통이 트일 공간이 화장실밖에 없는 것이다. 차캉스도 있다. 주차한 뒤 내리지 않고 잠시 폰을 보며 쉬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는 건 정말 숨막히고 불편한 일이다. 누워있어도 쉬는 게 아니고 밥을 먹어도 맛이 잘 안느껴진다. 워킹맘 아내가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 비슷한 상황이 된다. 밖에선 회사눈치, 집에선 시부모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마음 편히 쉴 공간이 없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성인 자녀들도 자취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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