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후기

어제 롯데시네마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봤다.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다. 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모르는 상태로 3을 봤는데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안본 사람들도 배려해주는 스토리라서 좋았다. 안본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는, 모두를 소외시키지 않고 다 포용하는 그런 내용이라서 맘에 들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는 인간, 외계생명체, 동물들까지도 모두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사실 외계생명도 소중히 생각한다면 동물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일 심야영화라서 엄청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영화를 봤는데도 잠이 확 깰 정도로 재밌었다. 마지막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보너스 장면이 나올 때까지 앉아있었는데 보너스 장면이 짧았지만 좋았다. 바로 주인공 피터 퀼(크리스 프랫)이 지구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오랜만에 찾아가 함께 아침을 먹는 장면이었다. 그냥 평범하고 일상적인 한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오히려 마법 같고 환상적인 판타지 세상처럼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런 연출이 참 좋았다. 광활한 우주 공간은 주인공들이 하루하루 살아내는 현실적인 전쟁터인 반면, 지구는 정말 신이 지켜주는 비밀아지트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현실이 아니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속 거대한 우주세상이 현실이고 지구는 너무나도 이상할 정도로 평화 그 자체인 곳 같이 느껴져서 참 좋았던 장면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서는 너구리 생명체 '로켓'(브래들리 쿠퍼)이 주인공이다. 로켓의 숨겨진 이야기를 몰랐을 때는 웬 너구리가 사람 같이 구네? 라고 생각했는데, 로켓의 이야기를 다 보고나서는 정말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걸 보고 정말 마블이 스토리를 잘 짜는 구나 역시 대기업이다 싶었다. 외계 생명체도 사람 목숨과 동등하게 취급되는 이 갤럭시 세계관 속에 푹 빠지다보면, 동물을 사람 아래로 취급하는게 맞는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가오갤 세계관에서는 동물과도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말 동물과 인간은 다를 게 없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그루트는 동물도 아니고 식물인데도 같은 동료로서 함께 갤럭시를 지켜낸다. 미래에는 정말 단백질 셰이크나 시리얼 같은 것만 섭취해야될지도 모른다. 왜냐면 동물도 식물도 모두 우리의 친구니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서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오갤 친구들이 아이들과 동물들을 구출해내기 때문이다. 완벽한 문명을 창조한다는 핑계로 수많은 생명체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가 실험 중이던 수많은 인간 아이들과 동물들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들이 화려하게 구해낸다. 피터, 그루트, 로켓, 가모라, 아담(윌 폴터), 크래글린(숀 건),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맨티스(폼 클레멘티프) 등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자신이 왜 중요한 인물인지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골고루 주어진다.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분량을 골고루 안배하는 마블 세계관이 존경스럽다. ㅋㅋ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속 세계관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지게 하는 요소는, 바로 '불완전함'이다. 실수투성이지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세상이기에 오히려 더 현실 같다. 가모라에 대한 피터의 계속되는 미련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세상을 진짜처럼 느끼게 해줬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완벽한 문명을 창조하려는 악당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목표는 부질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세상은 가짜 같이 느껴질 것 같다. 그리고 완벽한 문제해결능력은 없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물 '드랙스'를 이해하는 '네뷸라(캐런 길런)'의 모습을 보며 더욱 인간미를 느꼈다. 귀여운 맨티스와 아버지상 드랙스는 네뷸라처럼 철두철미하지는 않지만 네뷸라가 가지지 못한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매지만 네뷸라는 머리카락이 없고 가모라는 머리카락이 있는 것도 뭔가 웃겼다. 아무래도 주인공 피터와 사랑에 빠지려면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상 여자보다는 머리카락이 여자로 보일만큼은 있는 인물이 더 몰입이 잘되긴 하니까 ㅋㅋ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