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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의_/연애, 결혼 얘기

비혼주의, 딩크족의 미래

by 티라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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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 딩크족의 미래

결혼생활그림일기

 

나는 비혼주의에 반대한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반강제적인 비혼주의가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혼, 더 나아가 출산도 권하고 싶다. 결혼과 출산은 내 '가족'을 만드는 일이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한 개인의 삶을 위해 결혼과 출산은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하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그 깊은 행복을 아는 인생과 모르는 인생은 다르다. 그런데 결혼의 단점을 풍자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자 이를 오해한 미혼 청년들이 '어휴, 역시 결혼과 출산은 하면 안돼'라고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긴다. 하지만 기혼자들은 픽 웃으며 즐겁게 결혼 드립을 즐길 뿐, 그걸 보고 결혼을 후회하진 않는다. 마치 수능에 대한 압박으로 미쳐가는 고딩들을 웃기게 묘사한 콘텐츠를 보고, '역시 고등학교는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오류다. 결혼과 출산이 힘들다는 걸 웃음으로 승화한 영상을 보고 '역시 비혼이 답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과한 지레짐작이다.

지금은 젊으니까 부모형제는 물론 미혼 친구들이 풍성하게 내 곁에 있으니 가족의 소중함을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형제자매와 친구들은 각자 먹고사느라 바쁘고 부모는 늙고 병든다. 그리고 가족처럼 믿을 만한 친구를 사귀는 건 쉽지 않다. 드물게 가족이 뒤통수 때리는 경우도 있지만, 인생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날 돕는 건 직계가족뿐이다. 직계가족을 만들려면 결혼과 출산이 필요하다. 결혼식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별하기 어려워지는 허들이 더 생기는 정도? 솔직히 결혼식은 재벌 따라하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서민들의 허례허식이다.

또한 자녀들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부모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요즘 어르신들이 꼰대로 불리며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 탓에 어르신들에게서 별로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있는 글조차 몇년 지나면 바로 구닥다리 정보가 되어버리는데 수십년을 살아가는 인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식을 낳아야 한다. 실제로도 자식과 소통하는 부모는 신문물을 빠르게 흡수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들은 새로운 각종 기능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힘들어하신다. 그냥 아날로그로 살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격차다. 자신이 어떤 서류를 발급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해 어려워하는 어르신도 있고 중요한 인감도장을 수시로 분실하는 어르신도 있다. 더 나이들면 자기 손으로 서명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신다.
 
보통은 자식들이 관공서에 함께 방문하면 해결되지만, 자식이 없는 경우 이 모든 난관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입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병인을 고용하면 되지만, 가족의 방문 없이 간병인만 들락거리는 침실은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심한 경우 카톡도 잘 못하시는 분도 있다. 요즘은 영화표를 카톡으로 전송해주는 편리한 시대다. 그런데 그 편리함을, 정보화 소외계층은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아예 영화를 못보게 되어버린다.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려워 햄버거 하나 주문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남일이 아니다. 자식 없이 늙어가는 모든 이들의 가까운 미래다. 아이폰과 카톡, 인스타, 유튜브가 수십년 뒤에도 존재할거라고 생각하는가? 이것들이 등장한지 얼마 안됐음을, 그리고 등장하고 나서 세상이 뒤바뀌었음을 생각해보자.
 

나도 인생 다 산 어르신은 아니지만 비혼, 비출산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나서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았다. 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만큼 수없이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거기에 정답은 없다.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길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이기적으로 생각해봐도, 나는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깊은 고민 없이 섣불리 속단하는 비혼주의는,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내가 쓴 글을 재미있게 소설로 풀어낸 책에 대한 리뷰 링크를 첨부한다.

심너울 <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리뷰

심너울 리뷰 단편소설집 를 읽었다. 9개의 단편인데 각 단편마다 몰입감이 엄청나서, 여러 개의 장편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그래서 하나의 단편이 끝날 때마다 바로 다음 편을 읽지 못하고 잠시

ti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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