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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많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by 티라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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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많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남들이 많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요즘 내 좌우명이다. 남들이 다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판매량 1위 제품을 산다. 식당에서도 인기 메뉴만 시킨다. 일명 '홍대병' 걸린 사람들과 정확히 반대되는 행동양상이다. '홍대병'은 아무도 모르는 인디밴드를 혼자서 좋아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노래방에서도 인기차트곡만 부르고, 음악도 인기차트 100개 중에서도 상위권 5개만 듣는 나 같은 사람은 무슨 병에 걸린 걸까? 대세만 좋아하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책도 베스트셀러만 읽고, 밥도 인기메뉴만 먹고, 노래도 인기차트만 듣고, 대학도 직업도 남들 다 좋다는 곳을 택했다. 그래서 나만의 독특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멋있어보이고 대단해보이지만 막상 내가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안전빵병'에 걸린 것 같다. 뭐든지 안전빵이 좋다. 투자도 위험한 곳에는 절대 안한다. 

인생을 살다보니, 남들이 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부모님 조언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남들'이 이 세상 사람의 평균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의 평균이 되면 위험하다. 내 주변 사람들처럼 살면 그건 남들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내 좁은 우물 안에서 그렇게 사는 것일 뿐이다. 인터넷 쇼핑후기는 그나마 이 세상 사람들의 평균이 될 수 있지만, 그것도 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 한정된거다. 유튜브도 알고리즘 때문에 나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 영상만 뜬다. 그럼 어떻게 해야되나? 그냥 계속 나만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 하지만 이게 절대 이 세상의 평균이 아니라, 내 주변의 평균, 나만의 평균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내 친구만 봐도, 나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완전히 달라서 첫 화면에 보이는 콘텐츠 중에서 겹치는 게 하나도 없다. 구독하는 채널들도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별로 안친한 친구도 아니고 절친인데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 사람의 가치관에 대해 어느정도 보여주는 것 같다. 

비록 남들이 그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재미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먹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기쁘고 행복해진다. 자살충동이 드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음식이든 뭐든, 나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건 상당히 유의미하다. 이 세상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이 하나씩 생기는 거다. 그러다보면 그것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내 행복이 되고, 이 세상을 좋아하게 만들어줄 이유가 된다. 그래서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책이 나온 것 같다. 떡볶이 하나도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 

이 거친 세상의 풍파를 겪다보니, 남들이 그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는 요즘이다. 슬프지만 나도 점점 남들처럼 행동하게 된다. 트로트를 싫어하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트로트에 담긴 삶의 애환을 느낀다. 수많은 고난을 겪다보면 슬픈 발라드를 넘어서서 웃고 춤추며 즐기는 경지에 이르는데 그게 바로 트로트였다. 하지만 고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트로트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대거 나오는 트로트는 별로다. 아직 인생을 통찰하기에는 너무 젊다. 지금 트로트로 성공한 젊은 가수들은 아마 남들보다 일찍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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