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노윤서와 아이돌 김민주 주연인 영화 "청설"을 봤다. 학폭과 불륜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청춘들의 성장을 다룬 깨끗하고 청량한 작품이라서 좋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썸을 타는 장면에서 청승맞게도 눈물이 났다. 나는 다시는 저렇게 풋풋한 썸을 못타겠구나 하는 아쉬움과,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런 것 같다. 전엔 썸 타는 장면 보면 기분좋고 달달하기만 했는데 이젠 머나먼 행복의 나라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나도 그랬었는데 하며 다시 조금이라도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괜히 주인공들의 대사와 행동을 남편한테 똑같이 요구해본다.
청설은 들을청, 혀설 같다. 청각장애를 비중 있게 다루는 작품이라서다. 청각장애인은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지만, 영화 속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소통이 잘 되니까 청각장애가 장애 맞나 헷갈릴 정도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이 청각장애를 간접체험하는 장면 아니면 장애가 아닌 줄 착각할 뻔했을 정도다. 너무 평범한 그들, 청각장애인을 무슨 불가촉천민마냥 심하게 차별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이 다 상처받을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하는 악역을 주인공이 신고하니까 왠지 통쾌했다.
영화 청설은 청춘 로맨스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울림을 우리에게 던진다. 당신의 인생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되어야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당신 것이므로 자신을 위해서 살라는 메시지를 영화 청설은 뚜렷하게 전달한다. 나도 이 메시지에 격하게 동의한다. 자기 인생을 똑바로 살고 나서 남을 돕는 게 맞다. 그래야 도움받는 사람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인생없이 남을 도우면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예를 들어 신용불량자가 빚내서 선물 사주면 고마워할 사람은 없는 것과 같다. 남을 도울 여유가 도저히 없다면 일단 여유가 생길 때까지 열심히 내 인생을 살면 된다. 내 인생 똑바로 사는 게 주변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돕는 것이다.
'티라의_ > 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트위스터스 > 후기 (0) | 2024.08.29 |
---|---|
영화 탈주 재밌다 (0) | 2024.07.15 |
영화 범죄도시4 리뷰 (0) | 2024.05.26 |
영화 파묘를 봤다 (0) | 2024.02.29 |
영화 "비공식작전" 리뷰 (0) | 2023.11.23 |